
아주 먼 옛날, 바라나시 왕국의 왕성에는 찬란한 황금빛을 뽐내는 왕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보리살타였다. 보리살타 왕자는 정의롭고 지혜로우며, 무엇보다도 자비심이 깊어 백성을 진심으로 아꼈다. 그의 곁에는 늘 충직한 신하들이 있었고, 왕국은 평화로웠다. 어느 날, 보리살타 왕자는 숲으로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코끼리는 겉모습은 위엄 있지만,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보리살타 왕자는 코끼리의 기묘한 모습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갔다.
코끼리는 보리살타 왕자를 보자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사람의 말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존귀하신 왕자시여, 저는 이 숲의 우두머리 코끼리였으나, 탐욕스러운 야차에게 숲의 보물인 ‘만복의 샘’을 빼앗겼습니다. 야차는 샘을 악용하여 숲의 생명들을 괴롭히고, 저의 가족과 동족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다하여 더 이상 야차와 맞설 수 없으니, 부디 왕자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숲을 구해달라 간청하나이다."
보리살타 왕자는 코끼리의 이야기에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는 야차가 숲에 끼치는 해악을 막고, 코끼리와 그의 동족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왕자는 코끼리에게 "내가 반드시 그 야차를 물리치고 숲을 되찾아 주겠노라. 너는 내 곁을 지키며 힘을 북돋아 다오."라고 약속했다. 코끼리는 왕자의 약속에 희망을 품고 왕자의 곁을 따랐다.
왕자와 코끼리는 함께 야차가 숨어 있다는 깊은 숲 속으로 향했다. 숲은 어둡고 음침했으며, 마치 야차의 사악한 기운이 짙게 깔린 듯했다. 길을 가는 동안, 코끼리는 왕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동족들이 겪는 괴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왕자시여, 그 야차는 흉악하고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힘없는 짐승들을 핍박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꺾어 버리며, 맑은 샘물을 더럽히기 일쑤입니다. 저희 코끼리들은 그의 무자비함에 떨고 있으며,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보리살타 왕자는 코끼리의 말을 들으며 분노와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는 더욱 굳은 의지로 야차를 처단하고 숲에 평화를 되찾아 줄 것을 다짐했다. 마침내 그들은 야차가 거주하는 동굴 앞에 도착했다. 동굴 입구는 기괴한 형상의 바위들로 막혀 있었고,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 동굴 안에서 요란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또 누가 내 영역을 침범하느냐! 짐승 따위가 감히 나, 야차의 앞을 막아설 생각은 하지도 마라!" 사악한 목소리의 주인, 야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붉은 피부에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를 가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불타는 듯 붉었고, 입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보리살타 왕자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야차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숲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너의 죄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너의 탐욕과 폭력을 멈추고, 숲의 모든 생명에게 안식을 돌려다오!"
야차는 왕자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어리석은 인간이로구나! 내가 가진 힘으로 이 숲을 지배하는 것이 나의 권리다. 네놈의 무력한 정의 따위는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야차는 괴성을 지르며 왕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왕자는 용감하게 칼을 뽑아 맞섰지만, 야차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전투가 치열해지는 동안, 코끼리는 묵묵히 왕자의 곁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몸집으로 야차의 공격을 막아내고, 왕자가 공격할 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야차는 왕자와 코끼리를 교묘하게 공격하며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왕자는 여러 번의 공격을 받았고, 그의 갑옷은 긁히고 찢겨 나갔다. 코끼리 역시 야차의 발톱에 상처를 입었지만, 고통을 참아내며 왕자를 보호했다.
어느 순간, 야차가 왕자를 강하게 밀쳐 넘어뜨렸다. 왕자는 땅에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야차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왕자를 향해 다가갔다. 바로 그때, 코끼리가 모든 힘을 다해 야차에게 달려들었다. 코끼리는 야차의 앞을 가로막고, 거대한 상아로 그를 들이받았다. 야차는 예상치 못한 코끼리의 맹공에 잠시 휘청거렸다. 그 틈을 보리살타 왕자는 놓치지 않았다. 왕자는 재빨리 일어나 야차의 약점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왕자의 날카로운 칼날은 야차의 심장을 관통했고, 야차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야차가 쓰러지자, 숲을 뒤덮고 있던 사악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맑고 깨끗한 햇살이 숲을 비추었고, 새들의 지저귐이 다시 들려왔다. 코끼리는 기쁨에 찬 눈으로 왕자를 바라보았다. "왕자시여, 왕자 덕분에 숲이 다시 평화를 찾았습니다. 저와 제 동족들은 왕자님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보리살타 왕자는 코끼리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대 역시 나의 곁에서 용감하게 싸워주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네. 우리는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한 것이라네." 왕자는 코끼리와 함께 ‘만복의 샘’으로 향했다. 샘물은 다시 맑고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고, 주변에는 생기 넘치는 풀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코끼리는 샘물을 마시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왕자는 코끼리에게 감사를 표하고, 숲에 평화를 되찾아 준 공로를 치하했다. 코끼리는 왕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며 다시 숲의 우두머리로서 동족들을 이끌기로 했다. 왕자는 코끼리와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한 만족감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왕성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왕자는 코끼리의 끈질긴 인내와 용감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코끼리는 자신의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왕자와 함께 숲을 구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왕자에게 진정한 인내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그 후로 바라나시 왕국에는 더 이상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았고, 숲은 언제나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보리살타 왕자는 코끼리에게서 배운 인내심과 자비심을 바탕으로 더욱 현명하고 자애로운 왕이 되어 백성을 다스렸다. 코끼리 역시 왕자의 도움으로 숲을 되찾고, 동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인내는 쓰라리지만 그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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